커피가 신 이유 — 원두 탓이 아니라 분쇄도입니다
핸드드립이 유독 시큼하면 대부분 원두를 탓합니다. "산미 있는 원두를 잘못 샀구나" 하고 다음엔 다른 봉투를 고르죠.
그런데 같은 원두로 카페에서는 새콤달콤했는데 집에서만 시다면, 원두 문제가 아닙니다. 덜 녹아서 나는 신맛일 가능성이 큽니다.
신맛은 제일 먼저 녹아 나옵니다
커피 성분은 한꺼번에 나오지 않습니다. 물에 잘 녹는 순서대로 나옵니다.
- 산 — 가장 먼저, 가장 빨리
- 단맛 — 그 다음
- 쓴맛·떫은맛 — 가장 늦게
그래서 추출이 너무 일찍 끝나면 산만 잔뜩 나오고 단맛이 따라오지 못합니다. 이게 과소추출이고, 혀에는 "시큼하다", "날카롭다", "밍밍한데 시다"로 느껴집니다.
반대로 너무 오래 뽑으면 쓴맛까지 다 나옵니다. 커피가 쓴 이유가 그쪽 이야기입니다.
좋은 산미 vs 덜 녹은 신맛
모든 신맛이 실패는 아닙니다. 구분하는 법은 간단합니다.
- 느낌 — 좋은 산미: 과일처럼 밝다 / 과소추출: 식초처럼 쏜다
- 뒷맛 — 좋은 산미: 단맛이 따라온다 / 과소추출: 금방 사라지고 밍밍하다
- 식었을 때 — 좋은 산미: 더 달게 느껴진다 / 과소추출: 더 시어진다
오른쪽에 가깝다면 원두를 바꾸기 전에 추출부터 고쳐보세요.
범인은 대개 분쇄도입니다
같은 시간 동안 물을 부어도, 원두를 굵게 갈면 표면적이 좁아 덜 녹습니다. 물도 빨리 빠져서 원두와 닿는 시간 자체가 짧아집니다. 두 가지가 겹쳐서 단맛이 녹기 전에 추출이 끝납니다.
그래서 기구마다 분쇄도와 시간이 짝으로 정해져 있습니다.
- 굵게 → 시간을 길게 (4:6 메소드 3분 30초, 프렌치프레스 5분 30초)
- 가늘게 → 시간을 짧게 (에어로프레스 1분 40초)
핸드드립을 중간 분쇄 레시피(2분 30초)대로 내리면서 원두만 굵게 갈았다면, 시간은 그대로인데 덜 녹는 조건만 생긴 셈입니다.
고치는 순서
한 번에 하나만 바꾸세요. 두 개를 같이 바꾸면 무엇이 효과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.
- 분쇄도를 한 칸 가늘게 — 그라인더 눈금 한 칸, 가장 효과가 큽니다
- 그래도 시다면 물 온도를 2℃ 올리기 — 뜨거울수록 더 잘 녹습니다 (물 온도 가이드)
- 마지막으로 추출 시간 확인 — 물이 1분 30초 만에 다 빠진다면 너무 굵다는 신호입니다
반대로 한 칸 가늘게 했더니 쓰고 떫어졌다면 너무 간 겁니다. 다시 반 칸 되돌리면 됩니다.
기억할 것
- 식초 같은 신맛은 대개 원두가 아니라 덜 녹아서 납니다
- 신맛이 먼저, 단맛이 나중에 나옵니다 — 일찍 끝나면 신맛만 남습니다
- 분쇄도 한 칸이 가장 먼저 만질 변수입니다
BrewCue는 레시피마다 분쇄도와 단계별 시간이 같이 적혀 있어서, 어느 변수를 바꿨는지 기록하며 맞춰가기 좋습니다.
다음 봉투를 사기 전에, 그라인더 눈금부터 한 칸 돌려보세요.